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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가격 대신 좌석 빼는 '꼼수' 쓰다 64억 철퇴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과정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정위는 양사에 총 64억 6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두 항공사가 합병 승인의 핵심 조건이었던 '좌석 공급 유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에는 58억 8000만 원, 아시아나항공에는 5억 8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각각 부과되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벌금 부과를 넘어, 거대 항공사의 독과점 횡포를 막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공정위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이번에 문제가 된 노선은 인천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잇는 황금 노선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두 항공사는 2024년 12월 12일부터 2025년 3월 28일까지 해당 노선의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동기 대비 69.5%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여 운항했다. 이는 합병 승인 조건으로 명시된 '2019년 대비 90% 미만으로 좌석 수를 줄일 수 없다'는 기준을 무려 20.5%포인트나 위반한 수치다. 공정위가 이처럼 좌석 공급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항공사가 운임을 직접 올리는 대신, 좌석 수를 인위적으로 줄여 공급 부족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리려는 '꼼수'를 막기 위함이다. 결국 항공사들이 승객들의 편의는 외면한 채 수익성 극대화에만 몰두하다가 철퇴를 맞은 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시작부터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합병을 승인하면서 수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경쟁 제한 우려가 큰 국제선 26개와 국내선 8개 노선에 대해서는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의무적으로 넘기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문제가 된 좌석 공급 유지 의무를 포함해, 평균 운임 인상 제한, 서비스 품질 유지 등 다양한 '행태적 조치'도 함께 내걸었다. 이는 합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 경쟁을 최소한의 수준으로나마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번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일회성 처벌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행강제금은 위반 상태가 시정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부과될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며, "좌석 공급 축소는 소비자 선택권과 항공 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정위는 시정조치 준수 기간인 2034년 말까지 두 항공사의 이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앞으로도 합병 항공사가 승인 조건을 어기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할 경우, 가차 없는 추가 제재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