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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핑계였다'…운동이 '타고난 운명' 이기는 장면, 쌍둥이 몸에서 포착

 건강한 삶의 3대 요소로 꼽히는 식습관, 수면, 그리고 운동. 이 세 가지는 모두 중요하지만, 만약 그중에서도 건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운동'이라는 사실이 유전자가 완벽히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이는 타고난 유전적 조건, 즉 '운명'처럼 여겨졌던 건강의 패러다임을 후천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강력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다. 아무리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더라도, 꾸준한 운동 없이는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마이클 스키너 교수팀은 이러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일란성 쌍둥이 72쌍의 건강 상태를 수년간 추적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신체활동 추적 장치를 통해 쌍둥이 각자의 활동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 같은 신체 수치는 물론, 후천적 유전자 변화를 보여주는 DNA 메틸화 영역(DMR)까지 분석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쌍둥이 사이에서도 평소 더 활발하게 운동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훨씬 더 건강했다. 특히 1주일에 15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쌍둥이 형제에 비해 BMI 지수가 낮고 허리둘레가 가늘었으며,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50개 이상의 특정 유전자에서 노화가 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의 놀라운 효과는 신체 건강을 넘어 뇌 건강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핀란드 유바스큘레대 연구팀은 3년 이상 한 명만 꾸준히 운동한 일란성 쌍둥이 10쌍의 두뇌를 정밀 검사했다. 식습관 등 다른 생활 패턴은 거의 비슷했지만, 운동 습관 하나가 뇌 구조에 극적인 차이를 만들어냈다. 꾸준히 운동한 사람의 뇌는 그렇지 않은 쌍둥이 형제보다 정보처리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회백질'이 훨씬 두꺼웠다. 회백질의 양은 기억력, 학습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운동이 단순히 몸을 단련시키는 것을 넘어 뇌의 능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결국 두 개의 독립적인 쌍둥이 연구는 유전자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던 기존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스키너 교수가 "유전자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면 일란성 쌍둥이는 본질적으로 같은 질병을 앓아야 한다"고 지적했듯, 이번 연구들은 환경적 요인, 그중에서도 특히 '운동'이라는 변수가 우리의 건강을 얼마나 크게 좌우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타고난 유전적 조건이 어떻든, 꾸준한 운동 습관이야말로 심장병, 당뇨병과 같은 대사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명료한 정신과 뛰어난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열쇠라는 점을 과학이 명확히 입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