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box

넷플릭스와 워너의 운명, 트럼프에게 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간의 초대형 인수합병(M&A) 추진에 대해 자신이 직접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것임을 시사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연례 케네디 센터 시상식에 도착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거래가 시장 점유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며 "그 결정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94조 원 규모에 달하는 세기의 빅딜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며, 백악관의 강력한 개입과 규제 당국의 혹독한 심사를 거쳐야 할 것임을 예고하는 강력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수합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 자체를 뒤흔들 '메가딜'로 평가받는다. 넷플릭스는 지난 5일,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TV, 영화 스튜디오 및 스트리밍 부문을 무려 720억 달러(약 94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디즈니가 710억 달러에 폭스를 인수한 사례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거래를 "할리우드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산 중 하나인 워너브러더스의 통제권이 스트리밍의 선구자인 넷플릭스로 넘어가는 초대형 계약"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업계의 연쇄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거래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발언의 기저에는 독과점에 대한 강한 우려가 깔려 있었다. 그는 "그 부분은 일부 경제학자들이 말해줘야 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막대한 시장 점유율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이며 사실상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 잠재적으로 시장 지배력이 특정 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의 합병 여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대통령이 직접 '관여'를 선언한 이상, 이번 M&A는 향후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반독점 규제 당국의 철저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콘텐츠 공룡'의 탄생이 소비자 선택권 제한과 시장 경쟁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94조 원짜리 빅딜의 최종 성사 여부는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손에 달리게 됐다.